[책마을]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에서 배우는 지혜

입력 2016-09-08 17:45  

지적으로 운동하는 법…역경에 맞서는 법…혼자 있는 법…


스포츠센터 회원권의 상당량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폐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신 윗몸일으키기 기구는 왜 먼지만 쌓일까. ‘알랭 드 보통(사진) 인생학교 How to 시리즈’의 《지적으로 운동하는 법》을 쓴 데이먼 영은 “게으르거나 자주 잊어서가 아니라 질병이나 부상에 대한 걱정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흔히 ‘육체파 vs 정신파’란 이원론에 쉽게 빠진다. 근대철학의 문을 연 데카르트는 《성찰》이란 저작에서 정신과 육체가 서로 다른 두 개의 실체라고 주장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도 정신은 ‘참된 자아’, 육체는 ‘무겁고 억압적이며 세속적’이라고 표현했다. 플라톤과 그의 사상을 이어받은 기독교 교회에서는 급기야 육체를 경멸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에서는 건강한 신체 발달을 찬양했다. 니체는 고대 그리스인을 ‘최고의 인간형’으로 평가하며 “육체를 경멸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잘못이 있을까?”라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신과 신체 어느 한쪽만이 아니라 행동과 욕구, 생각과 의지를 모두 하나로 모으는 프로네시스(phronesis), 즉 ‘실천적 지혜’를 미덕으로 여겼다. 이는 머리 못지않게 손과 발로도 지혜를 습득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운동 선수는 머리가 나쁘고, 철학자나 작가는 몸이 허약할 것’이란 편견에 이의를 제기하는 오스트레일리아 철학자이자 작가다. 그는 이 책에서 클라이밍, 달리기, 가라테 등 다양한 운동을 직접 시도하며 운동으로 신체적 변화는 물론 지적, 도덕적 변화까지 이를 수 있음을 몸으로 증명해 보여준다.

많은 사람이 운동하겠다고 머리로는 결심하지만, 몸으로는 실천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운동을 평생 계속하기 위해서는 즐거움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안 쓰던 근육을 쓰면서 뻐근한 쾌감을 떠올릴 수도, 고통을 견디면서 오는 희열이 운동을 계속하게 할 수도 있다. 일종의 동기 부여다. 혼자 하는 게 지루해지면 함께 어울려 하는 것도 필요하다. 공부하기 싫어도 친구들 때문에 학교에 가는 것처럼.

이 책은 운동이 주는 신체적 보상뿐만 아니라 정신적 보상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이를 위해 9가지 운동 효과를 하나하나 설명한다. 공상, 자부심, 희생, 아름다움, 겸손, 아픔, 일관성, 숭고함, 일체감이다.

자는 운동을 “자신의 존재에 대해 느끼는 즐거움(자부심)이자 수고와 고통을 필요로 하는 대신 훨씬 단순한 존재 방식을 허용(희생)하고, 우리의 약점과 한계를 깨腑?하며(겸손), 나라는 존재에서 잠시나마 해방되는 기회(일체감)”라고 말한다.

이 책은 저자가 밝히듯이 “땀을 흘리고 몸을 혹사시킬 때 마음이 어떻게 건강해질 수 있으며, 마음가짐에 따라 근육이 어떻게 부풀어 오르고 이완되는지 알려주는 운동 안내서”다. 자! 이제, “한 번 해보는 거야(Just do it)”를 넘어 “한 번 돼보는 거야(Just become it)”를 외칠 차례다.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 시리즈는 이 책을 비롯해 《자연과 건강해지는 법》 《혼자 있는 법》 《나이 드는 법》 《정서적으로 건강해지는 법》 《역경에 맞서는 법》 등 6권으로 구성됐다. 삶에서 겪는 사소한 것 같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주제에 대한 통찰과 조언을 담고 있다.

신기수 < 숭례문학당 당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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